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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21. 15:54

 

치매는 참 슬프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사라지고
인격이 달라지며
행동이 퇴화한다.

요양병원에서 치매 환자를 묶는(restrain) 것이
인권 유린이니 환자 학대니 하며
한번씩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단골 뉴스이나
한명이라도 가족중에 치매 환자가 있었던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비난의 멘트를 날리지 못 할 것이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잘 서지도 못하면서 눈만 돌리면 침상에서 내려오려 하고
밤 새도록 소리를 지르고 듣기도 민망한 심한 욕을 해대며
자기 대변을 만지고 침대 시트며 온 몸에 발라놓고
조금이라도 손톱이 남아있으면 온 몸을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대며
몸에 부착된 콧줄(비위관)이나 소변줄을 마구잡이로 잡아당겨 뽑아버린다.

투석중에는 더 위험하다
굵은 바늘이 투석혈관에 삽입되어 있고 있고 투석기를 통해 혈액이 체외 순환 되는 도중
라인이라도 뽑히게 되면 그야말로 온 벽과 시트가 피칠갑이 되는 호러 무비의 한 장면이 벌어진다. 

치매도 경중이 있고
모든 환자가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나
심한 치매를 보이는 환자에서
한사람이 꼬박 24시간 붙어서 호스피스 간병을 하는 좋은 시설 혹은 시스템이 아니면
(과연 어느 시설이 그런 처치가 가능할까 의문이지만)
신체구속은 환자 자신의 안전과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필요 악일 때가 많다.

젊고 건강했을때는 이분들도 
예쁜 사랑도 하고 아기도 낳고 여행도 가고
누군가를 위해 요리도 하고 선물도 사고...
그 누군가에게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이었고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신장실과 진료실 사이의 얇은 벽을 통해 전달되는
치매 할머니의 욕설을 네시간 동안 고스란히 들으며
나는 참 오래도 살겠다고 웃었다.